[유튜버의 추락②] 뒷광고 배신감, 신뢰 바닥 래드오션

강 훈 기자 승인 2020.08.10 16:18 의견 0
사진=유튜브 채널 '양팡' 영상 캡처

“참 의아했었습니다. 부산이 그렇게 좁은 도시가 아닌데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알아본 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의문을 제기하니 ‘그 사람 모르면 간첩이야’,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잘나가니까 꼬투리 잡는 거봐’ 등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손가락질 하던 사람들은 논란이 터지자 일제히 등을 돌렸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당시로 돌아가 저에게 악플을 달았던 사람들에게 큰소리 한번 치고 싶습니다. ‘그거 다 가짜야’라고 말이죠.”

유명 유튜버 양팡이 ‘뒷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이른바 ‘푸마 플렉스’로 화제가 됐던 푸마 매장 쇼핑 영상은 업체와 짜고친 광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의문을 제기한 네티즌 A씨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억울함이 풀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A씨는 “그때는 조금만 이상하게 생각해도 악플이 수십 개 달렸다. 정말 내가 잘못된 건줄 알았는데 이제라도 내 생각이 맞았다는 게 밝혀져서 마음이 편하다”고 밝혔다.

안 그래도 래드오션이었던 유튜브 시장이 한순간에 불신으로 물들었다. 문복희, 엠브로 등은 뒷광고를 사과했다. 보겸은 ‘무료광고표시’라며 유료광고를 한 유튜버들을 조롱했지만 그 역시 뒷광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들의 영향력을 이용해 수익을 냈다는 걸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일각에선 “광고 표시를 안 할 수도 있는 거지, 그렇게 큰 문제가 되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대중들은 그 영향력을 활용한 거짓말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구독자들은 그들의 이미지와 영향력만을 믿고 제품을 구입했다. 자신들이 쓰는 브랜드를 뒤로하고 말이다. 그러나 유튜버들은 광고임에도 광고라고 밝히지 않았고, 직접 사지 않았으면서 구매한 것처럼 꾸몄다. 이는 명백한 ‘사기’ 행위다. 

일부 유튜버들은 유료광고 표시 문구를 넣을 수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튜브는 한참 전부터 관련 내용을 공지해왔다. 유튜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크링에이터와 브랜드는 공개 시점과 방법 및 공개 대상을 포함해 콘텐츠의 유료 프로모션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이해하고 준수할 책임 있다”고 명시했다. 만약 이를 반복적으로 위반할 시 크리에이터는 유튜브 정책에 따라 영상 삭제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순간의 사과와 이익을 위해 한 번 더 거짓을 선택한 유튜버들이다. 그들에게 남아있는 신뢰는 전혀 없는 듯하다. 정작 그만둬야 할 유튜버들은 얼굴에 철판을 깐 채 지금도 영상을 올리고 있다. 아무 죄 없는 유튜버들은 그동안 올렸던 영상을 하나씩 삭제하며 유튜브 판을 떠났다. 

그렇다고 대중들의 유튜브 의존도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논란은 논란이고, 유튜브는 유튜브”라며 지금도 틈만 나면 유튜브를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 역시 뒷광고 판을 깔아준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만에 빠져 현재 문제를 살펴보지 않는다면 또 다시 신뢰를 저버리는 유튜버들이 발생하게 되고, 그 화살은 최종적으로 유튜브로 향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김창남 교수는 "이번 사태로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부재하다는 점을 깨닫고 시청자들을 속이는 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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