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없어” 한파가 부른 이웃 갈등… 세탁기 동파 피해 줄이어

박준우 기자 승인 2021.01.11 15:21 의견 0
한파 속 세탁기 사용으로 물바다가 된 아파트 베란다 모습

최근 북극발 한파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전국에서 동파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아파트, 주택, 빌라 등에선 세탁기 사용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벌어졌다.

11일 오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세탁기를 사용하다가 역류해 피해를 입었다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입주를 눈앞에 둔 한 입주민은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토요일에 갔는데, 누가 세탁기를 사용했는지 베란다와 거실이 온통 물바다가 됐다. 당황한 나머지 관리사무소에 신고도 하지 않고 가족들과 물을 퍼날랐다”고 말했다.

입주민은 “걱정이 돼 일요일도 집에 갔다. 거실은 물론 부엌까지 물바다가 됐다. 바가지로 물을 퍼날랐지만 역류되는 물을 막을 방도는 없었다. 이제와서 계약을 파기할 수도 없고 인테리어 값만 날린 것 같아 속상하다”며 “관리사무소를 통해 세탁기를 돌린 주민을 찾을 예정이다. 이후 보상 문제를 따질 생각이다”고 토로했다.

한파 속 세탁기 사용은 이웃 간 불화로도 이어졌다.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는 입주민은 “안내 방송에도 불구하고 세탁기를 사용한 윗세대 때문에 베란다가 물에 잠겼다. 급히 베란다에 있는 물건을 거실로 옮겼지만 피해가 상당하다”며 “혼자만 사는 곳도 아니고 수십 세대가 사는데 너무 이기적이다. 겨울엔 서로 배려해서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저층에 사는 게 죄도 아닌데 매우 서럽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구미의 한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는 입주민들도 비슷한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1~2층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심각한 피해를 겪었다. 한 입주민은 “아파트 구조상 화장실에 세탁기가 있다. 위층에서 안내 방송을 무시하고 세탁기를 돌렸는지 화장실이 물로 가득 찼다. 예전보다 삭막한 이웃 분위기라 해도 이정도로 배려가 없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동파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이웃 간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한파가 지속되는 경우 각 가정에서 세탁기를 이용하는 대신 근처 빨래방을 이용해야 한다는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한파가 지속되면서 계량기나 수도관이 얼어붙고 있다. 특히 다세대가 모여 사는 경우 세탁기 사용은 절대 주의해야 한다”며 “안내 방송에 따라 기구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기구를 켜둔 채 자리를 비우는 일도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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