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통 깨진 CJ인사

재계 “임원 인사 뒤로 미뤄질 가능성 높다” 전망

조규봉 기자 승인 2019.10.10 08:57 의견 0
(왼쪽부터)CJ로고, CJ이재현 회장, 이선호 CJ제일제당 전 부장

10월 중순을 기점으로 대기업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안 마련에 부산을 떤다. 내년도 사업계획이 수립되면 그에 따른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는데, 그런 기업 중 CJ만 유독 벙어리 냉가슴 앓듯 끙끙대는 소리가 들린다. 자식 때문이다.

유통업계 인사는 CJ를 시작으로 시작되지만, 올해는 꼭 그런 분위기도 아니다. 장남 이선호 전 CJ제일제당의 마약사건이 CJ 내년도 계획에 찬물을 끼얹졌다. 시쳇말로 산통을 깼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는 최근 연말 임원 인사평가를 시작했다. LG도 올해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큰 폭의 세대교체를 시도할 예정이다. 식품업계 중 재계 서열 14위(공정위 2018년 기준)인 CJ도 10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계획이었다. 특히 평년과 달리 올해는 다소 일찍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 배경에는 ‘그레이트 CJ’ 비전 달성이 자리한다.

CJ는 당초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 영업 이익 10조원을 달성하자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020년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원대한 계획은 처참이 무너졌다. CJ의 지난해 자산총액은 31.1조원으로 2.8조원이 늘었다. 전체 매출도 100조원의 목표에 비해 그 절반도 안 된다. 원대한 목표를 수정해야 하는 단계에 온 것이다. 100조 매출 목표를 세웠던 CJ 임원들도 결과에 대한 책임은 있다. 이재현 회장 입장에선 하루라도 빨리 조직을 대폭 개편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장남 이선호 전 제일제당(29) 부장의 마약 사건은 이 모든 계획을 수포로 만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 내년 초 염두해 뒀던 그룹의 경영권 승계까지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인천지법 형사12부(송현경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선호씨 대해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24일 오후 2시 10분에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결국 CJ 인사는 장남의 선고공판 이후인 11월 이후가 소폭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CJ 내부 관계자도 "10월은 CJ컵까지 겹쳐 매우 바쁠 것"이라며 "인사는 명단이 뜨기 전까진 아무도 알 수 없으나 예전과 비슷한 시기에 맞춰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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