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와의 전쟁]⑤새벽에 울린 화재경보기, 알고 보니 담배 연기 탓

이도관 기자 승인 2020.06.16 14:52 의견 0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버려진 담배꽁초. 독자 제보

코로나19 기세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상 생활 속 작은 부주의가 더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마스크를 벗은 채 길거리 흡연을 하는 사람들은 길거리 위 ‘공공의 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흡연자들은 흡연자를 피해 다니거나 강제로 간접흡연을 해야 하는 처지다. <뉴스쿡>은 길거리 흡연이 얼마만큼 넘쳐나는지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구미시 산동면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최진영(43)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오전 3시에 경보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습니다’라는 녹음된 음성 안내가 아파트 전체에 울려 펴졌다. 급하게 옷을 차려 입고 집 밖으로 대피한 최씨는 원인을 듣고 허탈한 웃음을 내뿜었다. 옥상에서 몰래 피운 담배가 이유였던 것이다. 

최씨는 “관리사무소에 물어보니 옥상에서 담배를 피워 화재경보기가 작동됐다고 말했다. 저도 흡연자지만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흡연 구역을 이용한다. 담배를 피우는 게 자유라곤 하지만 남들에게 피해를 주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씨처럼 아파트 등 공동주택 내 화재경보기가 담배 연기를 화재로 인식해 경보음을 내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외출에 제한이 걸리면서 집 안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흡연의 자유를 주장하며 억울하다고 호소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비화재보를 일으켜 안전 불감증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을 보내고 있다.

아파트 주민 김선균(37)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 경보음이 꽤 많이 울렸다. 처음엔 경보움이 울리면 바로 밖으로 나갔는데,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웬만해선 창문도 열어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같은 동 이정선(57)씨 역시 “경보음보다는 관리사무소 방송을 더 신뢰하는 편이다. 불이 나면 방송을 통해 대피하라고 안내해주지 않느냐. 재택근무를 하면서 일하기도 바쁜데 오작동으로 울리는 경보음에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는 “현장에 나가보면 감자기와 연결돼 경보음을 울리게 하는 수신기를 꺼놓은 경우도 있다. 오작동으로 불편을 겪는 건 알겠으나 작은 습관이 대형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며 “아파트 내에서 몰래 흡연을 하는 등 원인을 만들지 않는 게 가장 시급하다. 흡연구역을 만들거나 안내문, 방송 등을 통해 실내, 옥상 흡연을 못 하게 방지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뉴스쿡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