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뜨거운 파인애플 물, 오히려 영양소 파괴

이도관 기자 승인 2020.04.21 17:25 의견 0
사진=이마트

인터넷 블로그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건강 정보들이 공유되곤 한다. 최근엔 뜨거운 파인애플 물이 암세포를 죽인다는 말이 돌았다. 얇게 자른 파인애플 2~3조각을 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매일 마시면 암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방법을 권장한 것으로 지목된 육군종합병원의 천희렌 교수는 혈액학과에 근무한 실존 인물이다. 그러나 천 교수는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도용해 명성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파인애플 물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며 직접 관련 내용을 연구한 적도 없고 권장한 적은 더더욱 없다고 해명했다. 

천 교수는 2018년 3월 입장문을 발표했으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터넷 공간에서는 사실인 거처럼 떠돌고 있다. 심지어 처음엔 뜨거운 레모네이드였던 것이 이후 중국배, 여주로 ‘종목’이 바뀌었고 한국에는 파인애플로 넘어오게 됐다. 당시 중국 매체도 보도를 통해 “알칼리성 물이 몸에 좋다거나 뜨거운 레모네이드가 암세포를 죽인다는 등의 내용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파인애플의 주요 영양소인 브로멜린이 어느 정도의 항암효괄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펩타이드 연구 및 치료학의 국제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신선한 파인애플 주스에 들어있는 브로멜린이 난소암과 결정암 세포주에 대해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 연구는 실험실에서 세포나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여서 인체에 대해서도 동일한 효능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 

전문가들도 비타민 함량이 많은 파인애플을 유익한 음식의 하나로 먹을 정도이지, 입증되지 않은 효능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더욱이 브로멜린은 열을 가하면 파괴되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어야 한다는 주장은 오히려 파인애플의 영양소를 파괴한 뒤 먹으라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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