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식품·음료 업계가 ‘미니 사이즈’ 제품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고물가 기조 속에서 지출 효율을 높이려는 소비 심리와 칼로리·당 섭취를 세밀하게 관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맞물리며, 소용량 제품이 주요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싱글서브(단일 섭취) 포장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104억달러에 달하며, 2030년까지 연평균 6.3%씩 성장할 전망이다. ‘필요한 만큼만 소비한다’는 인식이 가격 경쟁력을 넘어 건강·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한 새로운 소비 기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관련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버거킹은 기존 버거를 한 입 크기로 줄인 ‘베이비 버거’ 시리즈를 출시해 가성비와 테이스팅(맛보기) 수요를 동시에 겨냥했다. 음료업계 또한 ‘한 손에 쏙’ 들어오는 RTD(Ready to Drink) 미니 포맷을 확대 중이다. 남양유업의 ‘초코에몽 미니 무가당(120mL)’은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설탕 무첨가와 100kcal 미만의 부담 없는 열량, 높은 휴대성으로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선택을 받고 있다.
스낵·디저트 분야에서도 소용량 트렌드가 두드러진다. 롯데웰푸드의 ‘크런키 초코바 미니 옥동자’는 출시 직후 완판을 기록했고, SPC 파리바게뜨는 연말 시즌을 앞두고 1~2인 소비자를 겨냥한 미니 케이크 라인업을 대폭 강화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작은 패키지’ 흐름이 확산 중이다. 코카콜라는 내년 1월부터 미국 전역 편의점에서 7.5온스(약 222mL) 미니캔 단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대형마트에서 멀티팩 형태로만 팔리던 미니캔을 편의점 1회용 포맷으로 확대한 것으로, 코카콜라는 “미니캔을 통해 신규 소비자 유입과 카테고리 확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사전 테스트에서는 대용량 제품의 매출 잠식 없이 추가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검증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단순한 ‘작은 제품’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포맷 혁신’으로 해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니 제품은 합리적인 가격과 적정량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브랜드의 건강·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1~2인 가구 증가, 온라인·편의점·배달 중심으로 변화한 구매 구조, 환경을 고려한 낭비 최소화 인식이 맞물리면서 미니 포맷 시장은 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