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의 중복시대

김현태 논설위원 승인 2019.11.22 16:14 의견 0

자동차의 종류만큼 많아진 게 바로 건강기능식품이다. 자동차와 건강기능식품을 비교해서 의아해하겠지만, 매일 타는 자동차처럼 건강기능식품도 이젠 밥처럼 계속 먹는 식품이 됐다.

왜 건강기능식품을 먹어야 하나.

사실 건강기능식품을 먹지 않아도 된다. 삼시세끼 영양을 골고루 챙겨 먹을 수 있으면 굳이 건강기능식품을 권하고 싶진 않다. 고른 식단을 먹으면서 건강기능식품까지 챙겨먹는 것은 영양의 중복이다. 영양의 중복은 우리 몸에 의미 없다. 건강해지지도 않는다. 이미 채워진 잔에 물을 계속 채워봐야 넘치는 것 외에 더한 것도 없다. 영양의 중복은 그런 의미다.

자, 그렇다면 건강기능식품은 누가 먹어야 하나.

바로 고른 식단으로 챙겨 먹지 못하는 이들이다. 우리가 말하는 그냥 직딩(직장인의 요즘말)들. 그들에겐 이 건강기능식품이 필수다. 그러면 밥 대신 건강기능식품을 먹으면 건강해지는 걸까? 천만에 말씀이다. 오히려 병을 얻기 십상이다. 모든 건강의 기초는 균형 잡힌 식단에 있다. 직딩들은 균형 잡힌 식단을 챙길 수 없다. 매일 야근에 회식에 기업 문화가 아무리 바뀌었다 해도 정상적으로 영양 식단을 챙겨 먹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스트레스는 밥맛을 없게 해 요즘처럼 코로나 19로 재택근무를 하지만 영양 불균형은 더 심해진다. 이런 직딩들이 꼭 챙겨먹어야 하는 게 바로 건강기능식품이다.

종류가 너무 많은 데 뭘 먹나?

A약사는 이렇게 말한다. 손님들이 약국에 찾아와서는 건강기능식품 추천을 해달라고 하는데, 종류가 너무 많아 헷갈릴 때가 있다고.

그도 그럴 것이 매일 아침 출근 전 TV를 켜면, 정보프로그램에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퇴근 후 저녁시간에도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건강기능식품과 영양제의 홍수다.

정보도 넘쳐나 이것도 좋아 보이고, 저것도 좋아 보이고 다 먹어야 할 것처럼 느껴지기 일쑤다. 나에게 맞는 건강기능식품을 어떻게 선별해 먹어야 할지고 고민일 것이다.

새싹보리, 석류, 보이차, 시서스, 보스웰리아, 콜라겐, 크릴 오일, 루테인, 유산균?

약이 아닌 이상 몸에 작용하는 식품은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복용기간과 권장량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약처럼 우리 몸에서 질병을 나타내는 임상적 수치를 즉각적으로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영양 요법으로 우리 몸의 자체 기능을 되살려 줌으로써 질병이 나타나는 요인을 제거한다.

화학적인 성분으로 바로 효능을 보이는 약과는 달리 영양제의 효능이 임상적인 수치로까지 나타나기엔 최소 3개월, 길게는 6개월~1년 정도 걸린다. 어떤 효능을 기대하고 먹었다가 2~3개월 지나서 유행에 따라 다른 영양제로 바꿔 먹으면 기대하는 효능을 얻기 전에 이것저것 시식만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노윤정 약사는 "손님들 중에 어떤 성분을 먹었는데 효과가 없다고 해 '얼마간 드셨냐'고 물으면 “2~3개월 정도 먹고 그만 먹었다”고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오래 섭취하지 않고 유행에 따라 이것저것 먹어보려 하는 건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또한 권장 용량을 지켜서 먹는 것도 중요하다. 탈모에 좋은 맥주효모의 경우 그 제품의 권장량이 1일 2회 4정인데 알약 많이 먹는 게 싫어서 1정씩 먹는 경우엔 발모 효능을 볼 수 없다"고 직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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