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로 막히고 안 마시는 우유…수렁에 빠진 낙농가·유업계

조규봉 기자 승인 2020.07.21 20:33 의견 0
사진=뉴스클레임

늘 이맘때만 되면 원유가 협상으로 낙농가와 유업계가 진통을 치른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 원유가격연동제라는 것은 만들어 놨지만, 무용지물이다. 유업계가 원유가격연동제를 인정하려하지 않고 있어서다. 이 제도는 낙농업체에서 생산한 원유의 가격의 증감을 우유업체가 생산 우유의 가격에 반영하는 제도다. 2013년에 도입됐다.

이번에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로 원유가 협상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인데, 낙농가는 현재 원칙대로 ℓ당 21∼26원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뜩이나 우유가 안 팔리는 시점에서 유업체는 곤혹스럽다. 게다가 코로나까지 겹쳐 경영난을 이유로 동결을 주장하면서 이들의 기싸움이 팽팽한다.

그래서 협상 시한을 7월 21일로 못박았고, 오늘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원유가격 인상으로 극적 타결됐다.

이렇게 되면 이제 우유값이 오르게 된다. 원유값이 올랐기 때문에 유업체에서는 오른 원유값을 소비자값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오는 28일 낙농진흥회가 가격 협상안을 최종 의결해 발표하면 이제 내년 8월 1일부터 ℓ당 21원 올라 947원이 된다.

낙농단체에겐 원유값 인상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반대로 유업체들은 앞으로 어떻게 판매할지 벌써부터 고민을 떠 안았다.

유업계는 21일 열린 낙농가와 유업체 협상단의 제8차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의 결과를 보고 실망감이 역력했다.

코로나19 명분으로 원유값 인상 적용 시점을 내년 8월1일로 한 것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었다.

가격인상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중에 우유가 남아돌고 패기처분해야 하는 원유가 많다는 것이다.

할당에 따라 낙농가의 원유를 구매하긴하지만, 제품으로 만들어도 판매가 되지 않아 당장 판로가 막힌 상태다.

더군다나 우유 소비 중 절반 이상이 학교 급식이다.

21일 유업계에 따르면 학교 급식으로 우유 소비량(150만개)은 서울우유가 50%, 남양유업은 25%, 나머지 군소 유업체가 25%를 차지하고 있다. 매일유업의 경우 급식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급식이 중단돼 기존 유업계의 피해가 큰 상황이다. 대형마트 등으로 판로를 확대해 보지만, 경쟁이 치열해 매출은 거의 기존과 대동소이하다. 또 경쟁을 하려면 가격을 내려야 하는데, 고가의 원유를 사서 소비자들에게 더 저렴하게 판매해야 하는 꼴이니 영업이익이 자연스럽게 감소한다는 게 유업계의 하소연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역대 매출에서 이런 적이 없었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의 피해는 더 크다. 업계 2위에서 3위로 밀려나면서 급식 중단의 피해까지 본 상태라 회복이 더디고, 오히려 역성장 중이라고 토로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급식의 판로가 막혀 대형마트로 판로를 확대한 상태지만 상황이 쉽지 않다"며 "기존에도 가격 경쟁력이 심했는데, 더 가격 경쟁력을 높여 고객들 눈에 들어야 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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