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는 왜 폭탄이 되었나

[봉기자의 호시탐탐]

조규봉 기자 승인 2020.08.11 15:25 의견 0
사진=레바논 질산암모늄 폭발 당시 상황

레바논에서의 안타까운 사고는 질산암모늄을 쌓아놓았던 창고에서의 원인 모를 폭발과 이로 인한 2차 폭발로 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질산암모늄은 암모니아와 질산이 반응해 합성되며 (NH4NO3) 주로 식물의 생장을 돕는 비료로 널리 사용됩니다.(질소, 인, 칼륨은 식물 생장의 3요소이다.)

식물이 생장하는 데에는 질소가 필수적인데, 기체 상태인 암모니아를 고체 상태로 고정하기 위해서 질산암모늄 형태로 토양에 살포하게 되면(시골에 사시는 분은 아실 것이다. 비료에 하얀 비비탄처럼 보이는 게 질산암모늄이다)식물이 이 질소를 이용해 성장하는 것입니다.

이 질소질 비료가 없다면 농업 생산성은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자체 생산능력이 없는 국가에서는 수입을 해서라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레바논에 보관되고 있던 질산암모늄도 조지아에서 모잠비크로 수출되고 있던 비료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고체상태의 질산암모늄은 밀폐된 공간에서 가열하게 되면 폭발성이 있어 위험합니다. 이러한 폭발성을 이용해 일부 테러리스트는 질산암모늄을 폭탄으로 활용하는데 이를 비료폭탄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때문에 비료공장은 전시에 폭탄의 원료가 되는 화약공장으로 전용될 수 있어 비료공장을 군사시설로 보기도 합니다. 얼마 전 북한 순천에 준공된 비료공장에서 우라늄을 농축할 것이라는 우려도 이러한 이론적 바탕에서 나온 분석이기도 했습니다. 

질산암모늄을 활용한 비료폭탄은 실제 테러에도 다수 사용되었고, 비료공장의 안전 부주의로 선진국인 미국 등에서도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하곤 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995년 오클라호마 폭탄테러도 에도 비료폭탄이 사용됐고, 일본 제조업 사상 최악의 파산을 일으킨 타카타 에어백도 화약의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질산암모늄을 썼다가 시도 때도 없이 폭발해 안타까운 사망사고를 일으켰습니다. 

현재까지 레바논의 질산암모늄 폭발 사고는 행정당국의 안일한 처리에 의한 인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질산암모늄은 제1류 위험물로 분류된다)

질산암모늄이 아무런 관리체계 없이 6년간이나 보관되고 있었고, 심지어 용접작업까지 하고 있었다니(질산암모늄을 비료폭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경유를 섞어 ANFO(Ammonium Nitrate and Fule Oil)로 만든 뒤 터뜨려야 하는데, 아마 그 창고는 각종 오일류가 범벅 된 상태에서 용접기의 불씨를 당겼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러한 연유로 국내의 비료공장(화학공장)에 대해 일제 안전점검을 진행한 것은 우리의 행정력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겁낼 필요는 없다. 국내에서의 질소질 비료는 폭발보다 과다시용에 따른 토양문제가 오히려 심각합니다. 

질산암모늄은 죄가 없다. 완효성으로 식물의 생장에 도움을 줘 인류를 기아에서 해방 시킨 것도 질산암모늄이며, 이를 단시간에 반응 시켜 폭탄으로 사용한 것은 인간의 몫입니다. 

레바논 폭발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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