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일용직이 고백한 근무실태 “마스크는 본인 지참”

강 훈 기자 승인 2020.05.28 14:01 의견 0
쿠팡 로고.

경기도 부천의 쿠팡 물류센터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일 만에 85명까지 늘어났다. 쿠팡은 해당 물류센터에 대해 가장 강력한 방역 조치를 지속할 계획이라며 소비자들을 안심시켰지만 이곳에서 일했던 직원들은 방역수칙을 지키기 어려운 근무환경이라고 토로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던 김하영씨는 최근 겪었던 억울한 일을 떠올렸다. 김씨는 “퇴근을 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직원분이 ‘마스크를 왜 쓰지 않았냐’고 짜증을 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낮에 일하던 도중 끈이 끊어져 착용하지 못했다고 해명하며 마스크를 보여줬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먼저 내려간 직원 태도에 기분이 나빴지만 민감한 시기라 심정도 이해가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런 기분도 잠시, 김씨는 경비원들에게 황당한 말을 듣게 됐다. 그는 “갑자기 경비원 2명이 쫓아왔다. 마스크를 안 쓴 직원이 돌아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왔다더라. 범죄자 취조하듯이 마스크 행방 여부를 물었고, 이름과 소속을 말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경비원들은 마스크가 끊어졌으면 다시 지급해달라고 하면 되는데 왜 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고, 김씨는 “일용직에게도 마스크를 줬나요? 금시초문이네요”라고 답했다.

그는 “비슷한 무렵 배달의 민족에서 일을 했다. 배달료를 일주일 단위로 정산하는데, 마스크값 3000원을 더해서 줬다. 얼마 전부터는 현금 대신 마스크 3장을 줬다. 마스크를 받기 위해선 지역 라이더센터까지 가야 하는데, 그래도 챙겨주는 마음이 고마웠다”며 “쿠팡은 마스크 비용을 따로 지급하지 않는다. 반드시 본인 지참이다”라고 밝혔다.

김씨는 코로나 사태를 마주한 쿠팡의 노력을 인정하지만 일용직 노동자를 위한 조치는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쿠팡은 방역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출근 통로를 단일화해 출근자의 체온을 체크하고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했다”며 “구내식당도 배치를 일렬로 바꾸고, 모든 좌석에 번호를 붙였고, 식사한 시간과 좌석 번호를 장부에 적게 했다. 셔틀버스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확진자가 발생해도 접촉자를 추적해 전체 물류 센터가 셧다운 되는 걸 막으려는 조치로 보였다. 하지만 일용직 노동자는 관심 밖이었다. 이들에겐 마스크 한 장 나눠주지 않았다. 열악환 환경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오늘도 개인적으로 마스크를 지참해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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