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아파트도 씨말라… 재건축 노린 투기 '극성'

이현승 기자 승인 2020.07.29 12:33 의견 0
잠실 제2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전경. 사진=이현승 기자

"씨가 말랐다."

지금이라도 월세살이 끝내고 내 집 마련에 나선 직장인 박유림씨(36, 여). 남편과 밤새 머리를 쥐어짜도 현재 가진 돈에 대출을 어느 정도 받는다고 해도 웬만한 아파트는 이미 올라서 매수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야말로 씨가 말랐다는 표현이 적당했다.

박 씨는 "정책이 나올 때마다 아파트 값이 오르는 바람에 소형 평수도 이제는 엄두를 못낼 상황"이라며 "서민을 위한 정부라면서 부동산 값을 오히려 몇 곱절 이상으로 만들어놨으니 정말 살기 팍팍하다"고 하소연했다.

박 씨의 말이 사실일까. 박 씨는 현재 은평구 새절역 근처 아파트 월세를 산다.

박 씨의 하소연대로 <뉴스쿡>이 서울의 부동산 실거래가를 확인해 본 결과 4억원 이하 아파트는 아예 없었다. 빌라마저도 5억원 이상 돈을 줘야 흥정이 그나마 가능했고, 그마저도 매물이 없었다.

맞벌이 가정에 한숨이 늘어가는 이유다. 아이를 키우려면 빌라보다는 아파트가 좋다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이다. 편리하고 놀이터도 잘 돼 있어서다. 박 씨는 "집주인이 월세를 더 올려 받을 수도 있다는 통보를 해왔다. 아직 재계약 시점이 8개월이나 남았는데, 벌써 이런 통보를 해와 당황했다"며 "이번 기회에 내 집을 마련해보려고 여기 저기 부동산을 기웃거렸지만, 헛걸음이었다"고 털어놨다.

저가 아파트 혹은 저렴한 아파트가 부동산 정책 전에는 조금씩 있었다. 부동산들은 저마다 이곳이 마지막이라는 말로 매수자들을 유인했는데, 유인책이 실전이 됐다. 정말로 부동산 중개사들이 소개한 몇몇 군데가 마지막 저렴한 아파트였다. 이제는 그런 저렴한 아파트들도 없다.

이는 29일 발표한 월간 KB주택가격동향을 통해서도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동향에 따르면 7월 기준 서울지역 내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억1380만원이었다. 여기서 소형이라 하면 40㎡ 미만의 아파트인데, 이마저도 4억원 이상으로 올랐다.

주로 저가아파트는 강북에 몰려 있었다. 강북 교육의 일번지라고 하는 노원구와 구로구 등에 그마나 저렴한 곳들이 포진돼 있었다.

노원구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현지 중개사는 "지은 지 30년도 넘은 소형 아파트인데도 호가는 4억5000만원 정도 집주인들이 내놓고 있다"며 "재건축 이슈가 생기니 갑자기 폭등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강북구와 의정부, 구로구 관악구 등에 포진돼 있는 아파트들은 녹물까지는 아니어도 복도식에 대부분 오래된 곳들이다. 외형만봐도 페인트가 떨어져 흉뮬처럼 보이는 곳도 더러 있다.

당연히 재건축 말이 나온다. 로또 청약만큼이나 뜨거운 것이 바로 재건축이다. 재건축단지 하나가 집안을 먹여 살린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반포주공 재건축단지를 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형평수여서 갭투자 성향의 투기가 쉽게 이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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