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주민번호 적고 기다리세요”… 약국도 소비자도 ‘혼란’

강 훈 기자 승인 2020.03.06 10:31 의견 0
6일 오전 약국에서 구매한 공적 마스크. 사진=강 훈 기자

정부가 우체국, 농협 등 공적판매처를 통해 마스크를 공급하는 등 대책을 꺼내들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중복 구매를 방지하기 위해 오는 9일부터 5부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6일부터는 약국에서 판매되는 공적마스크의 1인당 판매량을 일주일 2매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전국 2만4000여곳 약국에는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이 구축되고, 신분증을 제시해야만 마스크 구매가 가능하다. 

6일 오전 서울시 강서구 인근 약국 앞에 마스크를 사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이날 오전 7시, 서울시 강서구 근처의 약국 앞에는 마스크 구매를 위한 줄이 늘어서 있었다. 다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20명가량의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대학생 김원영(24·가명)씨는 “오전 6시부터 나와 기다렸다. 개강 일정이 미뤄져 시간이 많이 남는다”며 “앞으로 2~3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지만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주부 장희정(47·가명)씨는 “감기약값이 더 나올 거 같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 일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구비해놓을 계획이다”고 전했다.

6일 오전 서울시 강서구 인근 약국 앞에 마스크를 사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약국 앞에도 마스크 구매행렬이 크게 늘어섰다. 문을 연 약국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이날 만난 직장인 최영진(34·가명)씨의 손에는 번호표 1장이 쥐어져있었다. 최씨는 “시간이 적힌 종이를 보여줬다. 그 곳에 이름과 주민번호를 쓰라고 하더라”며 “시간에 맞춰 신분증을 가져오면 확인 후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했다. 마스크 2장 사려고 이 짓을 반복해야 하나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뒤이어 나온 시민들도 불만을 토로했다. 주부 김선정(33·가명)씨는 “약국에 마스크가 들어오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은데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니 답답하다. 수급 안정을 위한 대책이라고 하지만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고 전했다.

6일 오전 서울시 강서구 인근 약국 앞에 마스크를 사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부족한 마스크 수량으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직장인 전수훈(43·가명)씨는 “오랜 시간 기다렸는데 마스크를 살 수 없다는 약사의 말에 싸움이 일어났다. 말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카메라를 든 사람들은 촬영만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빈손으로 나온 조대환(70)씨는 2시간동안 기다렸음에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집 앞 약국에 줄이 제법 있어 외투만 걸치고 나갔다. 40명 정도 있어서 마스크 구매가 가능할 줄 알았는데 내 앞에서 수량이 떨어졌다. 다리에 힘이 풀린다”고 허탈해했다.

6일 서울시 강서구의 한 약국에 ‘신분증 지참 필수’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마스크 구매에 성공한 직장인 박현상(56·가명)씨는 “마침 직장 근처에 약국이 있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마스크 수량이 꽤 남아있었다”며 “아이 등본까지 가져가 4장을 구매했다. 기분은 좋지만 다음 주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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