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 조원태 밀어주기 의혹 불식시키려는 꼼수?

김현태 논설위원 승인 2020.11.16 15:39 의견 0
대한항공 로고

산업은행이 대한항공 모회사 한진칼에 8000억원 투자를 결정하면서 정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16일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한진칼은 KDB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을 투자받아 대한항공 유상증자대금으로 조달하는 형식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이뤄질 예정이다. 내년 초 대한항공은 약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1조8000억원 인수대금을 마련한다.

일각에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밀어준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번 아시아나 인수를 추진했다는 이야기가 일고 있다. 한진칼이 아시아나를 직접 인수하는 게 아니라 사업회사 칼이 인수하는 구조로 함으로써 조 회장을 밀어준다는 의혹을 줄이기 위함이라는 주장이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조 회장이 단 1원의 사재출연도 없이 국민의 혈세만을 이용해 한진그룹 경영권 방어와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CGI는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통합이 목적이라면 대한항공에 지원하면 될 것”이라며 한진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하겠다는 의도다.

이 가운데 한진칼의 방향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조 회장과 한진칼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 상황이다. 조 회장과 한진칼이 아시아나를 살린다면 산업은행은 이들의 완전한 우군이 된다. 반대로 실패한다면 산업은행이 채권자이자 대주주로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장은 조 회장이 유리해 보이는 게임이지만 기댓값은 KCGI가 더 높은 상황이다. 아시아나가 살아나면 조 회장은 득을 보지만 망하면 산업은행에 모든 것을 내줘야 한다. 반면 KCGI는 먼지 하나 정도는 얻어간다. 산업은행 때문에 강성부 KCI 대표가 살았다는 우스갯소리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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